성장을 위한 해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은 고객의 행동 패턴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기업 성장을 이끌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로스 해킹은 이커머스 업계에 AI 마케팅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용한 전략입니다. 그루비 블로그는 적은 자원으로 큰 성장을 가능케하는 그로스 해킹의 핵심 요소들을 시리즈로 엮어보겠습니다. |
[시리즈 미리보기] 👀
1. 성공의 출발점 : 고객이 원하는 것 알아차리기
2. 성장의 비밀 : 우리 회사만의 성장 방정식 만들기
3. 성공 실험실 : 소소한 성공들을 계속 축적하기 ◅
4. 비용 절감 전략 : 고객 유치 hacking
5. 허들 삭제 : 활성화 hacking
6. 복리의 마법 : 유지율 hacking
오바마 캠프의 이메일 작전 😎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치를 때의 일입니다. 당시 오바마 캠프는 이메일로 온라인 모금을 진행했는데요. 이메일 제목에 따라 모금액이 최대 6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캠프 내 카피라이터 20명은 이메일당 18가지 다른 버전을 만든 후 샘플 그룹에 보내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클릭을 얻은 버전을 선정해 수천만 명에게 이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오바마 캠프는 AB테스트를 거쳐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카피라이팅 최적의 조합을 찾았고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6억 9천만 불(한화 약 7,500 억 원)이라는 모금액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1).
이 일화는 그로스 해킹에서 ‘북극성 지표를 발전시키기 위한 실험 방식’을 빼닮아 있습니다. 오바마 캠프의 목표는 ‘유권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지표(북극성 지표)는 유권자들의 기부금입니다. 대선 캠프의 여러 조직이 온·오프라인 모금을 진행했습니다. 그중 이메일 캠페인을 담당한 조직은 최고 성과를 내는 이메일 카피 문구를 찾는 실험을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모금액의 70%에 달하는 모금액이 이메일 캠페인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본편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바로 이 ‘반복된 실험’에 관한 것입니다. 앞서 2편에서는 ‘북극성 지표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아봤는데요. 이제 북극성이 크고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돕는, 작지만 의미 있는 다양한 실험을 시작할 차례입니다. 어떤 주기로, 어떤 방식으로, 무엇에 시선을 고정하여 실험해야 할지 찬찬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성공을 위한 실험 프로세스 🧪
0️⃣ 실험의 주기는?
: 그로스 해킹팀이 시도할 수 있는 실험의 양과 속도는 회사가 가진 자원의 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그로스 해킹을 처음 시작하거나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일주일에 한두 개 정도 실험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천천히 시작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속도를 높이거나 실험의 수를 늘리면 됩니다. 그로스 해킹의 시스템은 순환 과정(데이터 분석 ▶ 아이디어 도출 ▶ 우선순위 결정 ▶ 실험 ▶ (다시) 데이터 분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형화된 실험 주기가 필요합니다. 주기는 보통 1주일이며, 길면 2주간 진행합니다.
1️⃣ 데이터 분석은?
: 데이터 속에서 ‘우수 고객의 패턴’을 찾고, 일반 고객과의 차이점을 확인하세요. 우수 고객은 어떤 행동(사용하는 기능, 방문하는 화면, 빈도수, 평균 주문량 등)을 하는지, 우수 고객의 특징(유입 경로, 사용 기기, 인구통계학적 배경)은 무엇이며, 일반 고객이 이탈한 이유(이탈이 높았던 페이지, 오류 여부, 체류 시간 등)는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우수 고객이 보이는 공통점을 알 수 있다면, 일반 고객을 우수 고객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고객 설문조사와 인터뷰도 추가해 데이터 분석의 한계를 보완합니다.
2️⃣ 아이디어 도출은?
: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나요? 팀원 모두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아이디어(가설)를 낼 시간입니다. 아이디어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수집하는 과정에서는 서로 판단하지 않아야 하는데요. 단, 아이디어를 제출할 때는 어떤 변화를 실험하고 싶은지, 이 실험이 고객의 어떤 문제를 개선하리라 생각하는지를 고민해서 말해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다 수집되면 팀원들은 모든 아이디어에 대한 점수를 매깁니다.
3️⃣ 우선순위 선정은?
: 아이디어에 대한 점수는 그로스 해킹에서 활용하는 ICE 체계, PIE2) 체계, TIR3) 체계 등 다양한 점수 기준 중 자사 제품(또는 서비스)에 알맞은 것을 채택하면 됩니다. ICE 체계로 점수를 매긴다면 Impact(영향력), Confidence(신뢰도), Ease(용이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1~10점 척도로 평가한 후 각 아이디어의 순위를 매기고 점수가 가장 높은 아이디어부터 실험을 시작합니다.
4️⃣ 실험은?
: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시간입니다. 누가 실험을 담당할 지 정한 후, 실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확인해 여러 부서의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또한 타 부서의 다른 프로젝트나 이벤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상호 조율하고, 실험이 시작된 사실을 전사에 공지하세요. 실험이 끝난 후 결과 분석은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담당해야 합니다. 실험을 통해 개선하려는 핵심 지표에 대한 가설이 완전히 검증되면 다음 단계의 아이디어 도출 프로세스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실패도 성공이 되는 그로스 해킹의 마법 🔮
해외의 A 쇼핑몰 그로스 해킹팀4)은 데이터 분석 결과 고객의 구매량을 높이는데 무료 배송 혜택이 유효하리라는 인사이트를 얻었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험에 나섰습니다. 첫 실험에서는 50달러 이상 주문한 고객에게 무료 배송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노출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40달러 이상의 주문에 무료 배송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채택되었지만 역시 효과는 없었습니다. 실험이 실패해도 그로스 해킹팀은 실험을 계속 이어갔고 마침내 35달러 이상 무료 배송 혜택에서 효과가 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3주만에 구매 전환을 촉진할 방법을 얻은 것입니다.
여러 번 실패해도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로스 해킹의 목표는 외형적 성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품(또는 서비스)에 진입한 고객이 언제 행복의 비명을 지르는지 발견하여 그 행동을 기업 성장의 동력으로 바꾸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아하 모먼트를 지표화한 북극성 지표와 그에 연동된 하위 KPI를 찾아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수많은 마이크로 전환을 발굴하고 활성화하는 전략인 것입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소소한 성공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기업은 어느 순간 커다란 한 발을 내딛게 됩니다. 수차례 피벗하며 지속한 실험들은 고객의 진심과 꽤 가까운 지점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1) : The Science behind those Obama Campaign E-Mails, Businessweek, 2012.11.30
2) : PIE 체계, Potential(잠재성), Importance(중요도), Ease(용이성) 3가지 기준으로 점수 매기기
3) : TIR 체계, Time(시간), Impact(영향력), Resource(자원) 3가지 기준으로 점수 매기기
4) : 책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에서 인용된 그로스 해킹 실험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