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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트래픽 시대, 패션 이커머스의 생존 조건

이봉교 단장의 '진짜 이커머스 이해하기'

제로 트래픽 시대, 패션 브랜드 이커머스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생존 전략

2025년, 생성형 AI가 촉발한 검색·탐색·구매 경험의 변화는 패션 이커머스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 내 ChatGPT 사용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으며, 단순 정보 탐색을 넘어 쇼핑 질의를 포함한 일상적 질의의 중심에 AI가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2024년 딜로이트(Deloitte)와 액센추어(Accenture)의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Z세대의 절반 가까이가 제품 탐색의 첫 단계에서 검색엔진 대신 AI 챗봇이나 요약 도구를 활용한다고 답했습니다. 고객 여정의 시작이 ‘검색(Search)’에서 ‘질문(Ask)’과 ‘대화(Chat)’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데이터들이 가리키는 결론은 명확합니다. 고객은 이제 브랜드 사이트에 방문하기도 전에 외부 AI 플랫폼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비교하며 구매 의사결정까지 끝내고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 이커머스가 마주한 ‘Zero Traffic(제로 트래픽) 시대’는 미래 전망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구조적 위기입니다. 거대한 변화 속에서 브랜드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외부 플랫폼에서 유입을 사올 것인지, 혹은 AI 기술을 내재화하여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AI 마케팅 시대에서 패션 브랜드 이커머스는 고객의 복잡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인텐트 데이터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루비가 제로 트래픽 시대에 맞는 인텐트 데이터 전략을 공유합니다.

이 시점에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은 후자, 즉 ‘브랜드 중심의 AI 하이브리드 전략’입니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였던 것처럼, 지금은 브랜드가 AI를 자사 플랫폼에 흡수해 고객 경험을 재정의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면 패션 브랜드 이커머스가 당장 실행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사몰의 탐색 경험을 생성형 AI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생성형 AI 기반 사이트 내 검색(On-site Search)’ 솔루션 도입입니다.

이미 많은 고객들이 GPT나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플랫폼에서 “주말 결혼식에 입을 30대 하객룩 추천해 줘”, “여행 가서 입기 편한 구김 없는 원피스”와 같이 자연어로 질문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눈높이가 높아진 고객이 브랜드 사이트에 방문했을 때, 여전히 ‘카테고리/가격/색상’ 등 속성 중심의 UI만 제공된다면 원하는 상품을 찾기 전에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AI 검색 도입은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고 이탈을 줄이는 필수 전략입니다.

더 중요한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Zero Traffic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질’에서 결정됩니다. 그동안 패션 브랜드가 수집해 온 연령·성별·클릭 로그 중심의 행동 데이터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자산은 고객이 직접 문장으로 남기는 요구사항·선호·상황·라이프스타일이 담긴 ‘인텐트 데이터(Intent Data)’입니다.

글로벌 리테일 기업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문장형 인텐트 데이터는 기존 행동 데이터 대비 구매 예측력이 3~5배 높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검색창에 “출근할 때도 입고 주말 캠핑에도 어울리는 밝은색 패딩”이라고 입력하는 순간, 클릭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TPO 활용도’, ‘선호 색상’, ‘활동 목적’ 등 고품질의 니즈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따라서 패션 브랜드 이커머스는 검색과 추천 기능을 AI 기반으로 전환하여 자사몰 내부에 ‘자체 인텐트 데이터 레이어’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반이 있어야 향후 AI가 검색 결과를 지배하게 될 AIEO(AI 검색 최적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시대에도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Zero Traffic 시대는 피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그러나 준비된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됩니다. 고객의 언어와 의도를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그 데이터를 자산화한 패션 브랜드만이 다가오는 이커머스 환경 속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외부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강력한 브랜드 팬덤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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