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 우리 국민 모두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마스크를 벗었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 발발 3년여 만에 드디어 마스크 착용도, 격리 의무도 해제되는 기쁨을 맛보았지요. 경제 상황은 기지개를 좀 폈을까요? 코로나 발 세계 경제 위기로 시작된 불황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소비자 물가 지수는 108.22로 시작해 매월 소폭 상승하여 올해 6월, 111.12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공개한 결산실적에서도 코스피 상장된 기업 662개(금융업 제외)의 영업 이익과 순이익이 전 동기 대비 반 토막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기업도, 소비자도 허리를 동여맬 수밖에 없었던 2023년 상반기였는데요. 불황 속 고객 유치 전쟁이 치열했던 이커머스 업계의 트렌드는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트렌드 1 : (여전히) 아껴야 잘 산다! #짠테크 💸
2023 상반기 결산 이커머스 트렌드 첫 번째 키워드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의 합성어)’입니다. 경기 불황이 좀체 잡히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고객은 비소비와 무지출로 ‘절약’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앱을 켜거나 광고를 보는 식의 간단한 참여만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앱이 인기를 끌고 있고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뜨겁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을 경험해 봤다고 답한 이커머스 고객 비율은 88%로 나타났는데요*.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현금화하거나 시중가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 ‘니콘내콘’ 사용자는 2021년 대비 2023년 4월 기준 20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이커머스들은 알뜰 소비족을 붙잡기 위해 저렴한 PB 상품을 출시하거나 멤버십 제도를 개편하는 등 가성비와 혜택으로 줄다리기 했는데요. 가격 싸움에서 물러나 짠테크 트렌드를 정확히 관통하면서도, 상품의 사용 주기를 연장하는 ESG 경영을 실현하고, 브랜드 충성 고객은 계속 늘려 나가는 똑똑한 브랜드 사례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코오롱몰의 ‘OLO 릴레이 마켓’입니다. OLO 릴레이 마켓은 지난해 7월, 코오롱몰이 국내 패션기업 최초로 오픈한 리세일 마켓인데요. 고객이 코오롱 자사 브랜드 중고 제품을 판매하면 OLO 릴레이 마켓이 상품을 매입해 검수, 세탁 과정을 거쳐 정가 대비 75~80% 할인된 가격으로 재판매합니다. 중고 제품을 판매한 고객은 코오롱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받아 코오롱몰에서 새로운 제품을 재구매하지요. OLO 릴레이 마켓에는 런칭 후 지난 2월까지 중고 의류 총 5천여 벌이 등록되었는데요. 상품의 60%가 한 달 안에 판매되고 6개월 이상 재고가 3%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마켓이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브랜드가 앞장서서 양질의 중고 거래 경험을 선사하고, 합리적인 소비 문화를 만들어 가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트렌드 2 : 알죠? 성수동에서 만나요 #팝업스토어 🏘️
2023 상반기 결산 이커머스 트렌드 두 번째 키워드는 ‘팝업스토어’입니다. 물론 마스크 필수 착용 시대에도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뜨거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바깥 활동의 제약이 많았던 당시, 뜨문뜨문 들려오는 팝업스토어 오픈 소식은 MZ세대의 ‘외출 신호탄’ 역할을 했었지요. 마스크 해방을 맞은 2023년 상반기에는 (기다렸다는 듯)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 오픈 러쉬가 줄을 이었습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와 패션 플랫폼 ‘W컨셉’,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 등 다양한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고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났는데요. 그중에서도 엔데믹 선언 후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 이색적인 팝업스토어를 꾸민 패션 전문 기업 ‘한섬’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한섬은 지난 5월 여성복 브랜드 ‘래트’의 여름 콜렉션 출시를 기념해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재즈 페스티벌과 몬테베리타(진리의 산)로 유명한 스위스 남부의 휴양 도시 ‘아스코나(Ascona)’ 컨셉으로 공간을 연출했는데요. 팝업스토어의 입구는 호텔 프런트 데스크로 꾸며졌습니다. 고객은 호텔 체크인 후 이국적으로 꾸며진 쇼룸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고, 사진 인화 서비스를 받아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 공식 SNS를 팔로우하면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가방 굿즈와 레몬 한 개, 음료 한 병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있었어요. 모든 공간을 포토월로 만들어 SNS 인증을 통한 바이럴 효과를 잡고, 방문 고객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를 마련한 동시에 이벤트 참여 고객 한정 굿즈로 온라인 소통 접점도 놓치지 않은 기획력이 빛났습니다.
일시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간을 운영해 신진 브랜드를 육성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가는 브랜드들도 생겨나고 있어요.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무신사 테라스 홍대를 시작으로 테라스 성수, 공간 플랫폼 스퀘어 성수·한남 등 팝업스토어 용도의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 중인데요. 매장이 없는 온라인 기반 브랜드를 스토어에 입점시켜 함께 이색적인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인 덕에 월평균 방문자수가 2만 3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플랫폼 ’29CM’ 역시 서울 시내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꼽히는 성수동에 쇼룸 ‘이구성수’를 열고 120여 개 브랜드를 소개하며 월 최고 3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습니다. 팝업 전시 공간을 운영하며 브랜드가 얻는 것은 단순히 수익에만 그치지 않는 것 같아요. 획기적인 전시와 협업 콜라보가 계속 만들어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객들은 그 브랜드를 감각적인 브랜드로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트렌드 3 : 짧지만 강렬한 라이징스타 #숏폼 🎞️
2023 상반기 결산 이커머스 트렌드 세 번째 키워드는 ‘숏폼’이에요. 킬링 타임용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던 숏폼 콘텐츠는 초기엔 고객 접점을 늘리고 인지도를 확대하는 목적으로 브랜드가 취사선택했었습니다. 숏폼을 통한 직접 구매가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이제는 이커머스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콘텐츠로 떠올랐어요. 60초 이내의 짧은 시간으로 시청 부담은 적고, 상품 정보는 빠르게 전달하는 장점 때문에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서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답니다.
SSG닷컴은 지난해 7월 쇼핑 영상 큐레이션 서비스 ‘쓱티비’를 오픈한 후 지속적으로 숏폼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어요. 콘텐츠 시청과 상품 구매를 연계한 비디오 플레이어를 개발해 숏폼 시청 중 원하는 상품을 쉽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은 라이브커머스 ‘티비온’을 숏폼 콘텐츠와 커머스 라이브를 아우르는 ‘티몬플레이’로 리뉴얼했는데요. 언박싱, 생활 정보 등 흥미 중심의 콘텐츠 비중을 늘려, 구매를 위해 본 것은 아니지만 보다 보니 구매하고 싶어지는 ‘발견형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어요.
이커머스 업계뿐 아니라 홈쇼핑 및 리테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숏폼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유명 크리에이터, 코미디언을 기용해 먹방, 토크쇼,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2023년 하반기에는 또 어떤 활약을 이어갈까요? 숏폼의 화려한 변신을 계속 주목해 보아야겠습니다.
2023 하반기 트렌드 전망: 거대한 물결 등장 #생성형AI 🌊
“거의 모든 산업에 피할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킬 거대한 물결이다.”
사마이파타 벤처스(Samaipata Ventures) 소속 벤처 투자자 스테파니 첸이 스타트업 육성기관 앤틀러(Antler)와의 인터뷰 도중 생성형AI를 묘사한 말입니다. 실로 전 세계를 강타한 거대한 물결이었죠? 글도 쓰고, 번역도 하고, 코딩도 짜주는 등 다양한 능력을 뽐낸 챗GPT(생성형 AI 모델로 개발된 대화형 챗봇 서비스)의 등장으로 생성형AI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폭발했습니다. 구글과 MS(Microsoft) 등 세계적 선도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생성형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는데요. 이커머스 업계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까요?
먼저 세계적인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은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검색 기능에 챗GPT와 같은 AI 챗봇을 접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객이 질문할 수 있고, 개인화된 맞춤 상품을 제안받을 수 있도록 대화형으로 재편한다는 것인데요. 그 외 상품에 대한 고객 리뷰를 요약해 보여주는 ‘리뷰 요약 기능’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성형AI를 활용한 이커머스 혁신의 모범 답안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어요.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현대백화점과 이커머스 오픈마켓 11번가는 각각 AI 신입사원 ‘루이스’와 생성형 AI ‘미드저니’를 도입해 카피라이팅 영역과 프로모션 디자인 제작 분야에 사용 중입니다. 아직은 이커머스에 간접 활용하는 수준이지만, 머지않아 고객 대상의 서비스로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모아지는데요. 네이버는 자사 라이브커머스 서비스인 ‘쇼핑라이브’에 ‘AI 큐시트 헬퍼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1분만에 판매 상품에 대한 대본을 생성하는 기능 덕분에 소상공인들은 라이브커머스 진행을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상반기에 예고되었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한국형 챗GPT 출시도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AI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그루비’도 챗GPT 활용안에 대해 기술적으로 검토 중이에요. 생성형 AI와 함께 또 달라질 2023년 하반기 이커머스 세상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출처]
* 메조미디어, 이커머스 소비자조사
** 와이즈앱 2021.04vs20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