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관찰을 통해 가설을 세웠다면 이를 해석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이커머스의 재구매를 개선하기 위한 예시 과제의 가설을 설정했는데, 이번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하는 진행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커머스 마케팅을 위한 고객 분석 8단계]
[예시 과제 가설]
재구매가 없는 고객은 우리 EC 사이트에 있는 다른 상품들에 대한 관심이 재구매 고객보다 낮은데, 비교할 만한 상품 종류가 애초부터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기서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재구매를 하지 않는 고객이 상품 종류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것을 어떤 구체적인 고객 행동이나, 데이터로 확인할 것인가입니다. 고객들에게 직접 설문 조사를 하는 방법도 있으나 어느 정도의 신뢰할 수 있는 답변 양과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좀 더 효율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면 재구매 집단과 재구매가 없는 집단 간에 상품 페이지 뷰 수, 재방문 횟수 등의 기본적인 데이터 통계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각 집단 간의 전체 데이터를 통한 평균값 등을 빠르게 산출하기 어렵다면 두 집단에 속하는 고객 중 일부의 샘플을 추출해 구매 전에 얼마나 많은 상품을 보는지 등의 행동 로그 데이터를 빠르게 스캔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구매 고객 집단은 방문 시에 평균적으로 6개 이상의 상품을 조회하는 데, 재구매가 없는 고객 집단은 평균 3개의 상품을 조회한다고 하는 분석 결과를 얻었다면 당초의 가설은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게 된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상품 종류를 보는 고객들은 아마도 다양한 상품을 찾기 위해 검색을 잘 사용할 것이다”라는 새로운 가설을 도출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집단의 검색 빈도를 체크해 보았더니 큰 차이가 없었다면 이 가설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샘플을 추출하여 검색 전후에 어떤 행동을 고객들이 하고 있는지 정도는 체크해 봐야 합니다. 만약 재구매가 없는 고객 집단에서 검색 후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자 곧바로 사이트를 이탈하는 등의 행동 비율이 높다는 근거를 발견한다면 이는 명확한 가설 해석이 될 것입니다.
해석의 단계에서는 이와 같이 앞선 단계에서 세운 가설을 검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검증 중에 새로운 가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또는 가설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마케터나 분석가에게 있어서는 가설과 검증의 반복이라 이 과정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전체 분석 과제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단계인 만큼 끈기를 가지고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 너무 정체되거나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면 숲을 놓치고 나무만 잔뜩 바라보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설의 해석 검증은 분석을 진행하는 팀이나 마케터가 사전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 단계의 업무 효율은 필요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수집된다는 전제하에 마케터나 분석가가 원하는 관점에서 각종 통계나 분석 결과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솔루션 기술이나 툴이 사내에 준비되어 있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만약 해석하는데 필요한 데이터 수급을 IT 부서 등에 의뢰하여 Low 데이터 형태로 받아내고 이를 정제하여 엑셀 등을 활용해 집계하고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업무 환경이라면 아무리 의욕적인 마케터나 분석가라고 할지라도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