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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에서 상품 추천의 역할

궁극적으로 구매 전환 성과를 높이는 방법

올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밖으로 돌아다니기도 싫고 집안에서 넷플릭스 등 소위 OTT라고 하는 앱을 실행하면 정작 어떤 콘텐츠를 볼지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OTT에서는 내가 보면 좋을 만한 영화나 드라마들을 추천해 줍니다. 마치 늪에 빠진 듯 이것저것 둘러보다 보면, 정작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고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본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커머스에서 상품 추천은 고객이 사이트에 몰입하게 하고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매전환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속에서 고객과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고 굵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커머스 사이트(모바일 및 웹)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단순히 영역을 채우거나 선두 경쟁사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상품 추천 영역을 만들거나 운영한다면, 이는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떨어질 수 있습니다. 고객이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추천에 몰입하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인기 콘텐츠를 나열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여 이에 맞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커머스에서 상품 추천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객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상품과 유사한 다른 상품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고객이 관심을 가진 상품을 보완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키보드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마우스를 보여주거나, 블라우스를 보고 있는 고객에게 어울릴 만한 스커트를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업셀링 마케팅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세 번째는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을 주는 상품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현재 인기가 높은 베스트 상품을 나열하거나, 브랜드나 카테고리별로 MD의 감각이나 전략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입니다. 이 방법은 고객이 전반적인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각 고객의 개인 취향이나 성향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화된 서비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합니다.

반면 나머지 세 가지 추천 방식은 이미 시장에서 AI가 인간의 분석을 통해 구현된 로직보다 월등히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각 개별 고객의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상품 추천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고객 행동 데이터와 상품 속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가와 UX 전략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역량과 리소스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과 리소스를 확보하기 위한 직접적인 투자는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므로 전문 기업과의 제휴 또는 협업을 통해 이를 해결합니다. 이때, 이커머스 기업은 외부와의 제휴 또는 협업 과정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상품 추천을 활용하는 명확한 목적과 성과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커머스 기업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고객 관계 강화, 몰입도 향상, 궁극적으로는 매출 성장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목적에 따른 성과 지표도 달라질 수 있지만, 매출이나 전환율과 같은 단순한 숫자만을 성과 지표로 삼는 경우, 상품 추천이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기여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 과정을 실패로 간주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몰입’을 상품 추천의 목적으로 한다면 매출이나 전환 단계보다 폭넓은 범위에서의 성과 지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고객 전체에 대한 평균적인 성과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고객들을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추천 상품을 한 번이라도 클릭한 집단과 클릭하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어 비교하는 것입니다.

필자의 회사가 제공하는 솔루션 서비스에서는 특정 이커머스 사이트를 이용한 전체 고객 중 추천 상품을 클릭한 집단과 클릭하지 않은 집단을 비교 분석해 본적이 있습니다. 이때, 평균 페이지 뷰 수, 평균 체류 시간, 재방문 수, 구매 수, 구매 전환율, 구매 전환 금액 등과 같은 데이터를 비교하는데, 여기서 평균 페이지 뷰나 평균 체류 시간, 재방문 수 등은 구매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몰입에 대한 정도를 측정하는 데에는 충분한 설명력을 가지고 있는 지표들입니다.

먼저, 위의 두 집단 간에 명확한 차이가 있어 추천 상품을 클릭한 집단의 지표가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클릭한 집단을 클릭 빈도에 따라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의 지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클릭 빈도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지표들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난다면, 상품 추천이 고객 몰입이라는 목적에 맞게 잘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상품 추천 영역을 늘리거나 상품 추천을 위한 별도 메뉴나 전체 영역을 확보하는 등 고객들의 추천 상품 클릭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실행하여 궁극적으로 구매 전환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객들이 상품 추천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고 느끼는 경우라면, 추천 영역을 줄이거나 알고리즘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매출 상승에만 급급해 이러한 중간 단계의 성과 분석을 놓치게 되면, 운영 과정을 통해 더 보완하거나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을 놓치게 되며, 결국 원점에서 시작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됩니다. (실제로 상품 추천 로직을 적용한 후 6개월도 되지 않아 이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기업들을 필자는 적지 않게 봐왔습니다.)

그 밖에도 각 영역의 UI/UX 개선 접근 방법론이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GPT 등을 활용한 자연어 검색 및 이를 응용한 다양한 상품 추천 방법은 기존 AI 기반의 개인화 상품 추천 이상으로 새로운 성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 추천 기술 및 UI/UX 트렌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 일부 종합 이커머스 몰 기업들의 정산 미지급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산업 전반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나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D2C나, 특정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버티컬 커머스는 종합몰(특히 오픈마켓) 대비 신뢰성을 고객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여 고객의 몰입을 높이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경쟁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